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보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숫자다.
집값도 아니고 세율도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일부 내용이 다시 수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8월 3일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런데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이 방안을 철회했다.
다시 12억원이다.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높이려던
계획을 접고 현행 150%를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은 20년을 보고 사는데,
세금 계산법은 29일 만에 달라졌다.
여기서 한 가지는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9월 1일 확정된 것은 ‘정부안’이다.
아직 국회를 통과해 시행이 확정된 최종 세법이 아니다.
정부안은 국회 심사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용이 또 달라질 수 있다.
여당 역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추가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니 지금부터 나오는 숫자를 보고 당장 집을 팔거나
증여부터 결정할 일은 아니다.
세법은 아직 결승선을 통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번 개편안을 대충 봐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숫자는 바뀔 수 있지만 정부가 보내는 방향의 신호는 상당히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을 아주 쉽게 줄이면 이렇다.
몇 채인가에서 얼마짜리인가로.
얼마나 오래 가졌는가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로.
정부는 부동산 세금의 중심축을 ‘주택 수’와 ‘보유’에서
‘가액’과 ‘거주’ 쪽으로 옮기려 한다.
정부가 말하는 철학은 간단하다.
집은 투자상품이기 전에 사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만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세법이 현실로 들어오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A씨가 있다고 해보자.
서울에 아파트 한 채가 있다.
20년 전에 샀다.
그런데 지금 그 집에는 세입자가 산다.
A씨는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 전세로 살고 있다.
투자용 아파트 열 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딱 한 채다.
8월 3일 최초 정부안대로라면 A씨는 비거주 1주택자가 돼
종부세 기본공제가 기존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들 예정이었다.
반대로 자기 집에 실제 거주하는 B씨는
기본공제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어난다.
똑같은 1주택자인데
9억원과 14억원.
세법이 집주인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 셈이다.
“한 채인 건 알겠는데, 거기 사십니까?”
문제는 국민의 삶이 세법처럼 반듯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직장 발령으로 지방에 갈 수도 있다.
아이 학교 때문에 이사할 수도 있다.
아픈 부모를 돌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살 수도 있다.
내 집은 세를 주고 직장 근처에서 전세를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까지 단순히 ‘비거주 1주택자’라는 이유로
세 부담을 높이는 것이 맞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결국 정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실거주 1주택자는 정부안대로 14억원으로 높인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숫자는 돌아왔지만 방향까지 돌아온 것은 아니다.
실거주자를 더 우대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그대로다.
또 하나 큰 변화는 종부세를 매기는 기준이다.
정부는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던 구조를 가액 중심으로 바꾸려 한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서울에 50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C씨.
지방에 3억원짜리 아파트 다섯 채를 가진 D씨.
과거에는 D씨의 ‘5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질문이 달라진다.
“몇 채입니까?”보다 “그래서 얼마입니까?”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세제로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장기보유에 대한 생각도 바뀐다.
정부안은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단계적으로 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향대로라면 2029년부터는 거주기간이 공제에서 훨씬 중요해진다.
20년 동안 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직접 살지 않은 사람과,
10년 동안 실제로 그 집에서 살아온 사람의
세금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예전 세법이
“얼마나 오래 가지고 있었습니까?”
를 물었다면,
앞으로의 세법은 점점
“그 집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습니까?”
를 묻게 되는 것이다.
이 변화에서 특히 고민이 깊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등록임대사업자다.
과거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등록을 권장했다.
일정 기간 임대하고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의 의무를 지키는 대신
각종 세제상 혜택을 부여했다.
정부 정책을 믿고 장기간 임대해온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정책이 바뀔 때마다 임대사업자들은 계산기를 다시 꺼내야 했다.
등록할 때 계산법과
보유할 때 계산법과
팔 때 계산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그때는 등록하라고 해서 했는데, 지금은 언제 팔아야 합니까?”
이 질문은 단순히 임대사업자의 세금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치솟는 월세와 임대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민간임대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쪽에서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장기 비거주 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인다.
정책의 각각의 목적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임대하라는 것인지, 거주하라는 것인지, 팔라는 것인지.
부동산 정책에서 이 혼란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부동산은 오늘 사고 내일 파는 주식이 아니다.
10년,
20년,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을 가지고 가는 자산이다.
그래서 부동산 세제에는 세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예측 가능성이다.
세금이 비싸면 계산할 수 있다.
세율이 1%인지 2%인지 알면 투자자는 수익률을 다시 계산하면 된다.
그런데 규칙이 계속 바뀌면 계산 자체가 어려워진다.
팔아야 할지,
계속 보유해야 할지,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할지,
자녀에게 증여해야 할지,
임대를 계속해야 할지.
선택 하나가 10년 뒤 세금을 바꾼다.
그래서 이번 세제개편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단순히 종부세가 몇백만원 오르고 내리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부동산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 수에서 자산가치로.
보유에서 거주로.
다주택 여부에서 실제 자산 규모로.
이 방향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아직 국회의 시간이 남아 있다.
9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은 국회에 제출돼 심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 발표된 내용을 ‘확정된 세법’처럼 받아들여
매도·증여·명의변경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안의 방향은 읽되,
최종 법률은 국회 통과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이번 세제개편을 보면서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좋은 부동산 투자자는 집값만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책이 어디를 향하는지 읽고,
그 변화가 자신의 자산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다.
이제 부동산을 살 때는 출구전략까지 같이 사야 한다.
언제 팔 것인지.
얼마나 거주할 것인지.
어떤 집을 먼저 정리할 것인지.
매도와 증여 중 무엇이 유리한지.
예전에는 집을 산 다음 세금을 계산했다.
앞으로는 세금과 출구를 계산한 다음 집을 사야 한다.
정부도 한 가지는 기억했으면 한다.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국민의 삶에는 직장도 있고,
자녀도 있고,
부모도 있고,
이사도 있고,
임대도 있다.
삶은 세법의 칸보다 훨씬 복잡하다.
좋은 세제는 세금을 많이 걷는 제도도,
무조건 적게 걷는 제도도 아니다.
국민이 오늘 내린 결정의 결과를 10년 뒤에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이번 세제개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그래서 이것이다.
“집이 몇 채입니까?”가 아니다.
“바뀌는 룰 속에서 당신의 집을 어떻게 가져갈 전략이 있습니까?”
부동산은 오래 보유할 수 있다.
세법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비싼 세금은
많이 가진 사람이 내는 세금보다,
늦게 전략을 바꾼 사람이 내는 세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