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길 기다렸는데,
전셋값이 먼저 날아올랐다
2027년, 집을 안 산 사람에게 더 무서운 일이 온다
① 집값을 기다리는 동안, 전셋값이 먼저 움직였다
헬로티 칼럼을 읽고 연락을 주신 한 독자의 사연을 소개하려 한다.
서울 성북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중견기업에서 10년 넘게 성실히 일해 왔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늘어나는 생활비에 내 집 마련은 번번이 뒷순위로 밀렸다.
집값은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랐고,
대출이자까지 생각하면 선뜻 매수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늘 내 집 마련에 대한 바람이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까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믿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 살 수 있었던 집마저 이제는 손이 닿지 않는 가격이 됐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정작 살고 있는 집의 전셋값부터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집을 사지 않으면 적어도 돈은 아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기다리는 데도 돈이 든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집값이 오르면 전셋값도 따라 오른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반대의 흐름에도 주목해야 한다.
전셋값 상승이 세입자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그 수요가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무서워 매수를 미뤘는데,
이제는 전셋값이 집을 사라고 등을 떠미는 시장이다.
② 2027년 공급 부족, 전세시장이 먼저 흔들린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공급이다.
2026년 9월 26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서울 아파트 입주 전망을 보면,
2025년 약 4만 9,000가구에서 2026년 약 2만 4,000가구,
2027년 약 1만 1,000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대로라면 2027년 입주 물량은 2025년의 약 22% 수준에 불과하다.
조사기관의 집계 기준과 사업 일정에 따라 실제 입주 물량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겹친다.
새로 들어갈 집은 부족한데, 기존 집에서 나와야 하는 사람은 생긴다.
이때 먼저 반응할 수 있는 곳이 전월세시장이다.
집은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아도 된다.
정해진 날짜까지 살 곳을 구해야 한다.
집을 사는 것은 미룰 수 있어도, 살 곳을 구하는 것은 미룰 수 없다.
실제 통계에서도 전세가격 상승이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24년 8월보다 8,268만 2,000원,
약 14.9% 상승한 수치다.
평균 월세도 같은 기간
132만원에서 164만 1,000원으로 올랐다.
매달 약 32만원,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85만원의 차이다.
물론 시장 평균의 변화이지,
개별 계약의 인상액을 뜻하지는 않는다.
매매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가 2026년 9월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전세 실거래가격지수도 0.50% 올랐다.
평균가격과 실거래가격지수는
기준월과 산정 방식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두 시장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③ 전세 5억 5,000만원, 매매 7억원… 세입자의 계산이 달라진다
서울에서 전세 5억원에 살고 있는 30대 A씨 부부를 생각해 보자.
계약 만기를 앞두고 주변 전세 시세가 5억 5,000만원으로 올랐다.
보증금 5,000만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7억원이다.
전세 5억 5,000만원.
매매 7억원.
차이는 1억 5,000만원이다.
물론 이 차액만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 가능액과 취득세, 보증금 반환 시점까지 따져야 한다.
하지만 부부의 생각은 달라진다.
“전세금도 이렇게 오르는데,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처음에는 집값이 무서워 매수를 미뤘다.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는 과정이다.
그렇다고 전셋값이 오른 만큼 집값도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매매가격은 금리와 대출 규제, 소득과 경기 전망의 영향을 받는다.
전셋값이 올라도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없다.
전셋값은 매수 심리를 자극하지만, 대출은 매수 능력을 결정한다.
매매가격 8억원, 전세가격 4억원인 아파트를 생각해 보자.
전셋값이 5억원으로 오르면 두 가격의 차이는 4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어든다.
집값은 그대로인데, 매수를 비교해 볼 이유는 커진다.
물론 전셋값이 올랐다고 세입자의 자기자본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출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서울 외곽과 수도권 아파트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매가격 6억~8억원대 아파트에서는 전세보증금 상승이 실수요자의 판단에
④ 2027년, 집값의 바닥보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의 주거비다
그렇다면 무주택자는 지금 집을 사야 할까?
무조건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다.
공급 부족 전망만으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로 집값 하락만 기대하며 전세 계약을 반복하는 것도
반드시 유리한 선택은 아니다. 이제는 네 가지를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3억원을 연 4% 금리로 30년간 원리금균등상환하면
⑤ 집을 사지 않은 위험도 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집을 산 위험도 있다.
특히 2027년에는 전국 평균보다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의 입주 물량과
신규 입주가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안정될 수 있다.
반대로 공급은 부족한데 직장과 학군 수요가 꾸준한 지역에서는
어느 단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동안 무주택자는 집값이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집값이 언제 떨어질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 주거비는 얼마나 달라질까?”
집을 사지 않는 선택에는 보증금 추가 마련과 월세 부담이 따른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집을 사는지 파는지가 아니다.
내가 감당해야 할 주거비와 그 집에서 살아갈 시간을 함께 계산하는 일이다.
2027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불안한 사람은
집을 가진 사람도, 집이 없는 사람도 아닐 수 있다.
계산하지 않은 채 기다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집값이 오를까 봐 서둘러 사는 것도 위험하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다가
전셋값에 밀려 선택권을 잃는 것도 위험하다.
집값의 바닥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집의 가격은 지금 계산할 수 있다.
집값은 기다려도, 전셋값은 기다려주지 않는다.